본문 바로가기
농부의건강

토사곽란 걸렸다가 살아난 후기

by 호박밭 2022. 3. 24.

여자가-변기에-앉아-머리를-짚고있는-사진
화장실

 

몇 년 전 이사를 계획하던 중 잔금일과 이사일이 꼬여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잔금일이 이사 일보다 뒤에 설정되어 짐은 다 옮겨놓았는데 실제 입주는 하루 뒤가 돼버린 이상한 상황이었습니다. 즉 우리 가족은 하루 동안 집이 없는 무주택자가 되어 버린 것이지요. 그래서 하루는 각자 알아서 잠자리를 찾아 들어가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니 하루 호텔 잡고 자면 될 걸 왜 그렇게 미련했나 싶은데요. 당시엔 너무 피곤해 머리가 안 돌아갔었습니다. 하루 종일 짐을 옮긴 후 저는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을 만나 밥을 먹고 술도 한잔 한 후 찜질방에서 다 같이 잠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찜질방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요. 새벽부터 이상하게 배가 아프더니 울렁거렸습니다. 계속 체한 느낌이 들면서 속이 불편해져 결국 찜질방 화장실에서 토했는데요. 토한 후 증상이 가라앉기는 커녕 점점 복통이 심해지며 설사까지 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토사곽란의 시작이었습니다.

 

 

1. 토사곽란 증상

토사곽란은 구토와 설사, 온몸 근육통이 한꺼번에 생겨 정말 미칠 듯이 아픈 증상을 뜻합니다. 토사광란으로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있는데요. 토사광란이 아닌토사곽란입니다.

 

토사곽란은 처음에는 약한 체기로 시작됩니다. 윗배가 슬슬 아프면서 멀미하는 것처럼 속이 울렁거립니다. 누워있어도 증상이 가라앉지 않고 더욱 심해져 결국 구토를 하게 됩니다

 

이 상태로 방치하면 아랫배도 아프기 시작합니다. 이 때의 복통은 명백하게 느껴지는 화장실 배입니다. 이렇게 아랫배 윗배가 동시에 아프면서 토하고 설사하고 가 반복됩니다

 

2. 토사곽란 치료방법

이렇게 시작된 토사곽란은 약국 약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며 병원으로 가서 수액을 맞아야 합니다. 친구들은 저 때문에 아침부터 택시를 잡아타고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병원 응급실에서 접수하고 차례를 기다리는 와중에도 저는 화장실에서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변기에 앉아 설사를 하면서 화장실 휴지통에 구토를 하는 끔찍한 모습이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간신히 진정되 비척비척 나와 친구의 무릎을 베고 누웠습니다. 이 때 친구가 찍어준 사진이 있는데요. 정말 얼굴이 노랗더라고요. 앞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들이 혀를 끌끌 찰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결국 링거를 맞고 난 후에야 진정되었습니다. 다 맞은 후에도 완전히 회복이 되지 않아 기운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구토와 설사를 반복해 온 몸의 근육이 긴장되어 근육통도 엄청 심하고.... 집에 가서 요양을 해야 하는데 문제는 "집이 없었습니다." 우리 집은 내일이나 들어갈 수 있었어요....

 

결국 근처의 큰댁에 가서 누워있었습니다. 졸지에 큰어머니가 다 큰 조카의 술병 간호를 하는 기막힌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쪽팔림을 이기지 못한 저는 3시간 만에 나왔고 이 이야기는 친척들 사이에 두루두루 회자되어 명절만 되면 빠지지 않고 오르는 안줏거리가 되었습니다.

 

 

3. 토사곽란 회복기

드디어 집으로 돌아온 저는 꼼짝없이 하루를 누워 있었습니다. 몸상태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데 하루 더 걸려 완전히 낫는데 이틀이 걸렸습니다. 회복하는 동안 먹은 음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간이 되지 않은 흰 죽과 일반식 조금

먹은 것은 하루는 죽을 먹었습니다. 김치나 단무지 같은 절인 음식은 먹지 않았습니다. 일반식은 다음 날부터 조금씩 먹을 수 있었습니다.

 

 2) 과일, 생채소 먹지 않기

찬 기운이 있는 과일과 생채소는 설사를 유발합니다. 익힌 채소, 특히 양배추가 위장에 좋으니 양배추를 먹읍시다.

 

 3) 따뜻한 물 마시기

목이 마르면 찬물이나 음료수보다 따뜻한 물을 마셨습니다. 음료수는 사실 생각도 안 납니다...

 

4. 토사곽란을 유발하는 음식

이렇게 고생을 하고 나니 무엇을 먹었기에 이렇게 토사곽란이 생겼는지 궁금해 전날 먹은 음식을 하나씩 짚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특이한 게 없었습니다. 다 같이 먹었는데 저만 아팠어서 더욱 그랬었어요.

 

결국 토사곽란은 특정 음식을 먹어 발생한다기보다 몸의 컨디션과 피로도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피곤한 몸 상태로 술을 마셔서 위장이 소화를 못 시킨 것 같아요. 특히 몸이 차거나 체력이 약한 사람은 더욱 컨디션 관리에 주의하고 너무 기름지거나 헤비한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때가 방학이어서 다행이었지. 학교에 가야 했으면 정말 지옥이었을 겁니다. 이렇게 토사곽란은 한번 걸리면 낫기까지 굉장한 고통이 수반됩니다. 의학이 발달하기 전이었던 조선시대에는 이 토사곽란이 멈추지 않아 죽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이후 몸이 좀 피곤하면 괜히 무리하지 않고 쉬는 편입니다. 다행이 또 토사곽란에 걸린 적은 아직 없습니다. 여러분도 컨디션 관리 잘하셔서 갑자기 날벼락을 맞는 일이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살려준 현대의학에 감사를 표하면서 이번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댓글